경기 남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의 물병과 텀블러에 소변으로 보이는 액체를 넣는 일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29일 방송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7일 한 3학년 여학생은 오전에 친구들과 나눠 마시던 보리차 텀블러가 점심 뒤 묵직해진 것을 알아챘고, 열어 보니 거품이 잔뜩 낀 액체에서 소변 냄새가 났다. 학생들은 1학년이던 2024년에도 5월부터 11월까지 10여 차례 비슷한 일이 있었고, 지난 학기에는 여학생 여러 명의 담요에서도 소변 냄새가 났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경찰에 신고해 텀블러와 액체를 넘겼고, 국과수 감정에서 이물질로 확인되면 정식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교육청에도 성 관련 사안으로 보고했다. 다만 복도만 비추는 CCTV로는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같은 질문이 나온다. 피해자가 느끼는 것은 분명 성적 모욕감인데, 왜 성범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하는가.
1. 성범죄 조항으로 다루기 어려운 이유
가. 행위 유형이 정해진 성범죄 처벌 규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강간, 추행,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처럼 처벌할 행위를 하나하나 정해 두고 있다. 형벌 조항은 글자를 넘어 넓혀 해석할 수 없다. 그래서 몸에 손대지 않고 촬영도 하지 않은 채 물건에 체액을 넣은 행위는 어느 조항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이른바 체액 테러를 따로 처벌하자는 입법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 그렇다고 처벌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성범죄 조항이 아니어도 형법에 쓸 수 있는 조항이 있다. 가장 먼저 검토되는 것이 재물손괴죄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거나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텀블러를 깨지 않았는데 손괴가 되나
부서진 곳 하나 없는데 손괴라니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효용을 해한다는 말을 꽤 넓게 본다.
대법원 2020. 3. 27. 선고 2017도20455 판결재물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고,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
소변이 들어간 텀블러를 다시 입에 대고 싶은 사람은 없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뜨거운 물로 소독하고 여러 번 헹궈도 냄새가 빠지지 않아 결국 텀블러를 버린 학생이 있었다. 감정상 본래 용도로 쓸 수 없게 만들었으니 손괴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 안에 담긴 음료도 마찬가지다. 다만 위 판결도 결국 여러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으므로, 감정 결과와 피해 물건의 상태를 꼼꼼하게 남겨 두는 일이 중요하다.
모르고 마신 학생에게 몸의 이상이 생겼다면 상해나 폭행 쪽으로 검토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이 부분은 감정 결과와 피해 학생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3. 학교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
가. 학교폭력 절차는 따로 진행된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는 학교폭력을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성폭력, 따돌림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열거된 항목 끝에 '등'이 붙어 있고 정신적 피해와 재산상 피해를 모두 담고 있다. 가해자가 학생으로 밝혀지면 형사 절차와 별도로 학교폭력 사안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나.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면
고등학생은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나이를 이미 넘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미성년자라면 사건이 소년보호사건으로 넘어가 보호처분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범인을 특정하는 것이 먼저다.
4. 피해 학생과 부모가 챙길 일
가. 증거는 버리기 전에
이상한 냄새가 나는 음료는 마시지 말되, 바로 쏟아 버리지 말고 용기째 밀봉해 학교나 경찰에 넘기는 편이 좋다. 날짜와 시간, 자리를 비운 시간대, 같은 반의 다른 피해 사례를 적어 두면 범행 시간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처럼 감정 결과가 수사의 출발점이 되는 사건에서는 증거물이 곧 사건이다.
나. 학교에 요구할 수 있는 것
경고 한마디로 덮지 말고 학교폭력 사안으로 정식 접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피해 학생의 심리 상담과 보호 조치도 함께 요구하는 것이 좋다. 학생들 말대로 3년 전 피해를 알렸는데도 반 전체에 주의만 주고 넘어갔다면, 초기 대응이 사건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 의심만으로 친구를 지목하지 않기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학생을 범인처럼 몰아가는 글을 올리면 명예훼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의심 가는 정황은 학교와 수사기관에 전달하고 판단은 그쪽에 맡기는 편이 피해 학생을 위해서도 낫다.
5. 맺으며
피해 학생들이 느끼는 것은 텀블러 값의 문제가 아니라 내 일상과 몸이 노려졌다는 공포다. 그런데 지금의 법은 그 공포를 재물손괴라는 이름으로밖에 담아내지 못한다. 처벌 공백을 메우는 입법 논의와 별개로, 학교는 3년 동안 반복된 신호를 다시는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30.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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