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 2026. 10. 29.

"처벌은 원치 않는다"던 스토킹 신고 네 번, 피해자 의사가 보호를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

제주 스토킹 보복살인 사건을 계기로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 촬영물 이용 협박죄, 처벌불원과 무관한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를 정리했다.

제주에서 40대 여성이 귀갓길에 전 연인에게 살해됐다. 경찰은 60대 남성을 보복살인 등 7개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혐의에는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이 들어 있다. 남성은 지난해부터 재회를 요구하며 연락을 반복했고, 촬영물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스토킹과 교제폭력으로 경찰에 네 번 신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보호조치를 검토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 사건화와 보호조치에 한계가 있었다. 9월에야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12 신고시스템에 등록했지만, 한 달쯤 뒤 사건이 났다. 남성은 범행 때 피해자의 스마트워치를 떼어 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의 '처벌불원'은 법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의 스토킹처벌법에서 피해자 의사는 수사와 보호를 멈추는 장치가 아니다.

1. 스토킹은 더 이상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가. 2023년 조항 삭제

스토킹처벌법 제18조는 스토킹범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흉기 등을 휴대하거나 이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예전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제3항이 있었지만 2023년 7월 11일 삭제됐다. 가해자가 합의를 압박해 피해자가 신고를 거두는 일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나. 피해자가 겁을 먹었는지도 요건이 아니다

대법원은 스토킹행위인지를 판단할 때 피해자가 실제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꼈는지를 묻지 않는다.

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3도6411 판결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면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불안감을 갖게 되었는지와 관계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이런 행위가 지속·반복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피해자가 "괜찮다", "처벌은 원치 않는다"고 말하더라도 행위 자체가 객관적으로 위협적이면 범죄는 성립한다. 수사기관이 피해자 진술 하나에 기대어 판단을 멈출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2. 촬영물 유포 협박은 별개의 무거운 범죄다

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이나 그 복제물, 편집물 등으로 사람을 협박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그 협박으로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벌금형이 없다. 촬영 당시 동의가 있었더라도 그 영상을 무기로 협박하면 이 죄가 된다.

나. 협박 메시지는 지우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는 협박 메시지를 보면 지우고 싶어진다. 그러나 메시지, 통화 녹음, 발신 기록은 스토킹의 반복성과 협박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다.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하고 다른 기기나 클라우드에 따로 보관해 두는 것이 좋다.

3.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보호 수단

가.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스토킹처벌법 제4조에 따라 사법경찰관은 스토킹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고 긴급한 경우 직권으로도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할 수 있다. 제9조의 잠정조치는 법원이 결정하는데 서면 경고, 접근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구치소 유치까지 들어 있다. 이 조치들은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나. 피해자가 망설이는 이유를 함께 봐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남성은 받을 돈이 있었는데 피해자가 오히려 신고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교제 관계, 금전 문제, 촬영물이 얽혀 있으면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처벌불원을 말하기 쉽다. 그 말을 그대로 사건 종결의 근거로 삼으면 보호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공백이 생긴다.

4. 피해자와 주변이 지금 할 일

가. 피해자라면

신고할 때 처벌 의사와 별개로 접근금지와 전자장치 부착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말한다. 잠정조치는 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끝나기 전에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다. 촬영물 협박이 있었다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피해자 변호사 제도를 이용해 진술과 합의 압박에 혼자 대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 신고를 받은 쪽이라면

같은 사람에 대한 신고가 반복되면 사건 하나하나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과거 신고 내역과 참고인 진술을 다시 살피자 촬영물 협박 정황이 드러났다. 그 작업이 살인 이후가 아니라 반복 신고 단계에서 이뤄졌다면 어땠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 행위자로 지목됐다면

연락을 끊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면 그때부터의 연락은 스토킹으로 평가될 수 있다. 감정이 남았다는 이유로 찾아가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그 자체로 범죄가 되고, 촬영물을 언급하는 순간 처벌은 훨씬 무거워진다.

5. 맺으며

스토킹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는 대개 두려움이다. 법은 이미 그 의사와 상관없이 수사하고 보호할 수 있게 바뀌었다. 남은 것은 반복 신고를 위험 신호로 읽는 실무다. 법이 바뀌었는데도 피해자 의사에 기대어 멈추는 관행이 남아 있다면 그것부터 고쳐야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9.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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