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랑 잘래요"였는지 "잘해요"였는지를 두고 경찰 조직 안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의 한 경찰서 소속 20대 남성 경찰관이 지난 3일 근무 중 민원인을 가장해 파출소로 전화를 걸어 실습생인 20대 여성 경찰관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경찰관은 조사에서 "잘래요가 아니라 잘해요라고 말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서 측은 통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분리 조치됐다. 여기에 그 경찰관이 평소에도 실습생에게 갑질을 해 왔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사실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전화 한 통, 말 한마디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어떻게 들렸느냐에 따라 징계 사안이 될 수도 있고 성범죄가 될 수도 있다. 이 사건을 통해 전화로 건넨 말이 어디서부터 범죄가 되는지 짚어 본다.
1. 말 한마디를 둘러싼 다툼의 구조
이 사건의 특징은 발언 내용 자체가 다투어진다는 점이다. 한쪽은 성적인 말을 들었다고 하고, 다른 쪽은 업무 관련 말이었다고 한다. 녹음이 있는지, 통화가 어떤 맥락에서 이뤄졌는지, 왜 민원인인 것처럼 전화를 걸었는지가 판단의 출발점이다.
민원인을 가장했다는 대목은 가볍지 않다. 업무 전화라면 신분을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발언의 전후 맥락과 평소 언동은 그 말이 실제로 무엇이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나왔는지를 추정하는 중요한 정황이 된다.
2. 법적 쟁점
가. 전화로 건넨 말이 성범죄가 되는 조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글, 그림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흔히 통신매체이용음란죄라고 부른다. 신체 접촉이 없어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성립한다.
관건은 두 가지다. 그 말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인지, 그리고 말한 사람에게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는지다. 대법원은 그 판단 기준을 이렇게 세워 두었다.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도21389 판결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 내용과 태양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의 유발 여부는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잘래요"라는 말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지는 20대 여성 실습생의 처지에 선 평균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본다. 상급자가 민원인을 가장해 전화로 그런 말을 했다면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가 어렵다. 성적 욕망이라는 목적도 성관계를 직접 겨냥한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9775 판결성적 욕망에는 성행위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욕망뿐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되고, 그 욕망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과 결합되어 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장난이었다거나 놀리려는 것이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 범죄가 아니어도 성희롱은 성립한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는 국가기관 종사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성희롱으로 정의한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징계와 인사상 불이익이 따른다. 실습생과 현직 경찰관의 관계는 전형적인 상하관계이고, 상대가 거절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점은 성희롱 판단에서 무겁게 고려된다.
다. "오해였다"는 항변은 어떻게 다루어지나
발언 자체를 부인하는 사건에서 형사책임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인정된다. 녹음이 없다면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전화를 건 경위, 신분을 숨긴 이유, 평소 언동이 증거가 된다. 반면 징계 절차는 형사재판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형사에서 무혐의가 나와도 징계는 유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징역형이나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지만, 벌금형은 제외된다(같은 법 제42조 제1항 단서).
3. 실무 조언
가. 피해를 호소하는 쪽
가장 먼저 할 일은 기록이다. 통화 시각, 발신번호, 들은 말을 그대로 적어 두고, 당시 곁에 있던 동료가 있다면 그 사람의 기억도 바로 확보한다. 조직 내 신고와 수사기관 고소는 함께 진행할 수 있다. 분리 조치를 요청하고, 보복성 인사나 2차 피해가 있으면 그것 자체가 별도의 문제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 가해자로 지목된 쪽
발언 경위를 있는 그대로 정리하고, 피해자에게 사적으로 연락해 해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접촉 자체가 압박으로 평가될 수 있다. 수사 초기 진술은 끝까지 따라다니므로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을 단정적으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평소 언동에 관한 주장이 함께 제기된 사건에서는 그 부분도 별도로 다투어진다.
다. 합의의 효과와 한계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되는 범죄다. 합의는 양형에서 고려될 뿐 사건을 끝내지 못한다. 합의를 종용하거나 조직 차원에서 조용히 덮으려는 시도는 오히려 불리한 정황이 된다.
4. 맺음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수사와 조사가 가릴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전화 한 통의 말도 성범죄가 될 수 있고, 실습생처럼 거절하기 어려운 처지의 사람에게 건넨 말은 더 엄격하게 평가된다는 점이다. 시민의 신고를 받는 조직이 내부 구성원의 신고를 어떻게 다루는지도 함께 지켜볼 일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3.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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