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 2026. 10. 20.

판결문에서 빠진 열세 글자, 전자발찌 준수사항 위반이 무죄가 된 이유

'부착기간 중'이라는 문구가 빠져 전자발찌 준수사항 위반이 잇따라 무죄가 된 사건으로 본 준수사항의 요건, 대법원 판례, 피해자와 당사자가 확인할 것.

전자발찌를 차고 무단으로 외출한 성범죄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난 사실이 보도됐다. 이유는 판결문에서 빠진 열세 글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기간 중'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준강제추행죄로 2년 6개월을 복역한 60대 남성은 5년간 전자장치를 부착하라는 명령과 함께 야간 외출 제한, 유흥업소 출입 금지 등 6가지 준수사항을 받았다. 그는 출소 보름 만에 무단 외출을 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12월 2심에서 무죄를 받고 석방됐다. 처음 부착명령을 내린 판결문에 준수사항의 기간이 적혀 있지 않았고, 이 실수는 1심부터 대법원까지 아무도 바로잡지 못한 채 확정돼 있었다.

취재진이 확인한 같은 유형의 무죄 사건만 14건이었다. 7년과 3년을 복역한 성범죄자 두 명도 무단 외출로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가 됐고, 미성년자 접근금지 명령을 어겨 1심에서 징역 2년을 받은 아동 성추행범도 같은 이유로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판사에 대한 징계는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1. 전자발찌 준수사항은 어떻게 정해지나

가. 부착명령과 함께 붙는 준수사항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 제9조의2 제1항은 법원이 부착명령을 선고할 때 "부착기간의 범위에서 준수기간을 정하여" 준수사항을 하나 이상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한다. 야간이나 아동·청소년 통학시간 같은 특정 시간대의 외출 제한, 어린이 보호구역 등 특정 장소 출입·접근 금지, 주거지역 제한, 피해자 등 특정인 접근 금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마약 등 사용 금지, 그 밖에 재범 방지에 필요한 사항이 그것이다.

19세 미만을 상대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원칙적으로 외출 제한과 특정인 접근 금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같은 조 제3항).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준수사항은 법원이 재량으로 붙이는 장식이 아니라 법률이 요구하는 안전장치라는 뜻이다.

나. 위반하면 처벌된다

같은 법 제39조는 준수사항 위반을 처벌한다. 피해자 등 특정인 접근 금지나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정당한 사유 없이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제1항). 외출 제한, 장소 출입 금지, 주거지역 제한, 마약 사용 금지, 그 밖의 준수사항을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제3항). 기사 속 야간 외출과 유흥업소 출입은 뒤쪽에 해당한다.

2. 열세 글자가 빠지면 왜 무죄인가

가. 준수기간은 법률이 정한 요건이다

조문은 준수사항을 "부착기간의 범위에서 준수기간을 정하여" 부과하라고 한다. 기간은 판결문을 보기 좋게 만드는 문구가 아니라 준수사항이 효력을 갖기 위한 요건이다. 형벌의 근거가 되는 명령이 법률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법원의 실수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메워 처벌할 수는 없다.

나. 법원의 판단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다.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5도7665 판결

법원이 준수사항을 부과하면서 부착기간의 범위에서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전자장치부착법 제9조의2 제1항을 위반한 것이고, 그 위반을 이유로 제39조 제3항에 따라 처벌하려면 준수사항이 적법한 것이어야 한다.

이 사건은 부착명령 집행 중에 음주 금지 준수사항을 추가하면서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였다. 대법원은 기간 없는 준수사항을 위법하다고 보았고, 그 준수사항을 근거로 보호관찰관이 요구한 음주측정 결과까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기간 없는 준수사항으로는 처벌도, 그에 기댄 단속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3. 피해자와 당사자가 확인할 것

가. 피해자라면

가해자에게 접근 금지가 붙었다는 말만 믿고 있을 일이 아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나 사건을 맡은 검사를 통해 판결에 어떤 준수사항이 어떤 기간으로 정해졌는지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하자가 있다면 바로잡을 길도 있다. 전자장치부착법 제14조의2 제2항은 사정변경이 있고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법원이 보호관찰소장의 신청에 따른 검사의 청구로 준수사항을 부과, 추가, 변경할 수 있게 한다. 피해자는 이 절차가 진행되도록 보호관찰소와 검찰에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 있다.

나. 부착명령을 받은 사람이라면

판결문 별지의 준수사항에 기간이 적혀 있지 않다고 해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위 절차로 언제든 적법한 준수사항이 다시 붙을 수 있고, 그 뒤의 위반은 처벌된다. 보호관찰법상 일반 준수사항을 어겨 경고를 받은 뒤 다시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제39조 제2항)도 따로 있다. 이미 수사를 받고 있다면 판결문과 준수사항 결정문의 문구부터 확인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다.

4. 맺으며

열세 글자의 누락이 성범죄자 관리 제도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판사 한 사람의 실수로 끝나지 않고 1심, 항소심, 상고심을 모두 그대로 통과했다는 점이 더 문제다. 판결문 양식에 준수기간이 자동으로 들어가게 하고, 집행을 시작할 때 보호관찰소가 준수사항의 적법성을 점검하는 절차를 둬야 한다. 이미 확정된 사건은 전수 점검해 준수사항을 다시 정하는 일이 시급하다. 피해자에게 약속한 안전장치가 서류 한 줄 때문에 사라져서는 안 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0.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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