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하고 그 딸인 아내를 강원도까지 끌고 가 감금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20대 남성 사건에서, 아내가 겪어 온 일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교제 중 동거를 시작하면서 폭행이 시작됐고, 이별을 통보하자 남성이 집에 숨어들어 흉기로 위협하고 손발을 묶은 채 목을 졸랐으며, 의식을 잃은 뒤 원치 않는 성관계까지 강요당했다. 혼인신고서도 맞을까 두려워 울면서 작성했다고 한다.
아내는 지난 8월 집을 나와 가정폭력으로 신고하고 혼인무효 소송을 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했고 법원은 접근금지를 명령했다. 그러나 남성은 흥신소를 통해 친정 주소를 알아냈고, 사건은 그곳에서 일어났다. 경찰은 보복살인·보복감금 혐의를 적용했다.
1. 연인과 배우자 사이에도 강간죄는 성립한다
가. 관계가 범죄를 지워 주지 않는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상대가 연인이든 배우자든 다르지 않다. 교제 중이었다거나 함께 살았다는 사정은 동의가 있었다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흉기로 위협하고 결박한 상태라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는 폭행·협박이 있었다는 점이 분명하고, 흉기를 지녔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으로 더 무겁게 처벌된다.
나. 대법원이 확인한 원칙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 전원합의체 판결강간죄의 객체에는 법률상 처가 포함되며,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더라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으로 아내를 간음하면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혼인이 성적 자기결정권의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판결 이후 부부 사이의 강간은 더 이상 '집안일'이 아니다. 하물며 이별을 통보한 교제 상대에게 가한 성폭력은 말할 것도 없다.
다. 특수강간과 함께 문제 되는 범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은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강간한 사람을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목을 조른 행위는 폭행이나 상해, 결박은 감금으로 따로 평가될 수 있다. 교제폭력 사건은 한 번의 범행이 아니라 여러 달에 걸친 폭행과 위협이 쌓인 경우가 많아, 수사 단계에서 시기별 피해를 빠짐없이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강요된 혼인과 피해자 보호 제도
가. 강요된 혼인신고
민법 제815조 제1호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혼인을 무효로 한다. 폭력이 두려워 작성한 혼인신고서라면 진정한 혼인의사가 있었는지가 다퉈진다. 가족관계등록부에 남은 혼인 기록은 피해자의 주소와 신분 정보를 가해자와 묶어 두는 고리가 되기 때문에, 무효나 취소 소송으로 이를 정리하는 일은 피해자 보호와도 맞닿아 있다.
나. 접근금지와 잠정조치
교제폭력이나 스토킹 피해자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잠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같은 법 제9조는 서면 경고, 피해자와 동거인·가족 및 그 주거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를 정하고 있고, 이 조치들은 함께 내릴 수 있다. 가족까지 보호 대상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가족에게 피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 피해자와 주변 사람이 할 일
가. 피해자라면
폭행과 성폭력 직후의 진료 기록, 사진, 메시지, 위협 녹음은 그 자체로 강력한 증거다. 경찰 신고 때 성폭력 피해도 함께 진술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폭행만 신고했다가 나중에 성폭력을 말하면 진술 경위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지만, 늦게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접근금지가 내려진 뒤에도 가해자가 주소를 알아낼 수 있는 경로가 남아 있다면 경찰에 주소 비공개와 신변보호 강화를 요청해야 한다. 친정이나 지인 집으로 피신한다면 그 사실도 수사기관에 알려 가족에 대한 보호조치를 함께 신청하는 편이 낫다.
나. 가해자로 지목됐다면
교제 관계였다는 사정만으로 무죄를 다툴 수는 없다.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찾아가는 행동은 그 자체로 잠정조치 위반이나 보복범죄가 될 수 있으니 절대 직접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관계를 다툴 부분이 있다면 변호인을 통해 객관적 자료로 다투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다. 주변 사람이라면
피해자의 새 주소나 연락처를 가해자에게 알려 주는 일은 의도와 상관없이 피해자를 위험에 빠뜨린다. 가해자가 지인이라도 피해자의 소재는 말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4. 맺음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는 신고했고, 스마트워치를 받았고, 접근금지 명령도 받았다. 그런데도 가해자는 흥신소를 통해 주소를 찾아냈다. 접근금지 명령이 종이 위의 금지에 그치지 않으려면, 위험도가 높은 사건에서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 같은 강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쓰고 피해자 소재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경로를 막아야 한다. 교제 관계 안의 성폭력을 사랑싸움으로 보는 시선이 남아 있는 한, 보호의 공백도 계속될 것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2.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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