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가에서 밥을 먹던 시민이 옆자리 남성의 휴대전화가 앞에 앉은 여성의 하반신을 향하고 있는 것을 봤다. 그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라고 소리치며 남성의 손을 붙잡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영등포의 한 복합쇼핑몰에서 있었던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40대 남성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입건됐다. 그는 경찰서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으며, 휴대전화에서는 불특정 여성의 신체 일부를 찍은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디지털포렌식으로 추가 촬영과 유포 여부를 수사할 계획이다.
이 사건에는 불법촬영 사건에서 반복되는 질문이 담겨 있다. 옷을 입은 다리를 찍어도 범죄인가, 찍다가 붙잡히면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휴대전화를 내면 그 안의 무엇까지 증거가 되는가.
1. 무엇이 처벌되는가
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맨살이 드러났는지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옷을 입은 상태라도 촬영 부위, 구도, 확대 여부, 촬영 경위를 종합해 판단한다. 특정 신체 부위를 겨냥해 몰래 반복해서 찍었다면 처벌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 촬영에 실패해도 미수범
같은 법 제15조는 제14조의 미수범도 처벌한다. 카메라를 켜고 겨누다가 제지당해 실제 저장된 사진이 없더라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안 찍었다"는 해명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실제로 촬영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그 사정은 미수인지 기수인지, 나아가 실행에 착수했는지를 다투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래서 사건 초기 휴대전화의 상태와 촬영 기록을 정확히 확인하는 일이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에게 중요하다.
다. 소지와 유포는 별개의 범죄
촬영물을 퍼뜨리면 제14조 제2항,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올리면 제3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이 무거워진다. 제4항은 그런 촬영물을 소지하거나 저장, 시청한 사람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습범은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2. 휴대전화 속 사진은 어디까지 증거가 되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다고 해서 그 안의 모든 사진이 자동으로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전자정보 압수의 범위를 엄격하게 본다.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임의제출된 휴대전화에서는 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와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만 압수할 수 있고, 그 범위를 넘어 영장 없이 탐색해 얻은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다만 같은 판결은 스마트폰 불법촬영처럼 상습성이 의심되는 범죄에서는 휴대전화 안의 같은 유형 사진이 정황증거로서 관련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넓다고 보았다. 압수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목록을 교부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처럼 휴대전화에서 다른 여성들을 찍은 사진이 여러 장 나왔다면, 수사기관은 그 사진들이 이번 혐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별도 범죄로 보려면 영장이 필요한지를 따져야 한다. 절차를 건너뛴 증거는 법정에서 쓰이지 못하고, 그 피해는 결국 처벌을 바라는 피해자에게 돌아간다.
3. 지금 할 일
가. 피해를 당했거나 목격했다면
촬영이 의심되면 그 자리에서 112에 신고하고, 주변 사람에게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시각과 장소, 상대의 인상착의를 메모해 두면 CCTV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피해자는 국선변호사 선정을 요청할 수 있고, 촬영물이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면 삭제 지원 기관에 도움을 구한다. 목격자가 상대를 지나치게 오래 붙잡거나 휴대전화를 빼앗는 행동은 다툼을 키울 수 있으니 신고와 확인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나. 수사를 받게 됐다면
휴대전화를 내기 전에 제출 범위를 분명히 하고, 포렌식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혐의를 인정하더라도 진술은 사실 그대로 하되 추측성 진술로 범위를 넓히지 않는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양형에서 중요한 사정이지만 이 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고 처벌이 면제되는 범죄가 아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
4. 시민의 신고가 만든 결과
이번 사건은 옆자리 시민이 이상한 낌새를 그냥 넘기지 않았기에 드러났다. 불법촬영은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범죄여서 주변의 관심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일상이 된 공간일수록 렌즈가 어디를 향하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식당가와 대중교통, 계단과 에스컬레이터처럼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특히 그렇다.
동시에 수사는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 증거 수집의 범위를 지켜야 피해자가 원하는 처벌도 흔들리지 않는다. 신고하는 시민과 절차를 지키는 수사가 함께 갈 때 공공장소가 안전해진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1.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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