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같은 파출소 팀장을 강제추행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인은 장비를 점검하던 중 팀장이 신체 주요 부위를 만졌고, 곧바로 항의했는데도 몇 초간 손을 떼지 않았으며, 이후 좋아서 그랬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팀장은 다른 파출소로 전출돼 분리된 상태다.
아직 수사 단계이고 사실관계는 앞으로 가려질 일이다. 다만 이 고소에는 직장 내 성범죄에서 자주 문제 되는 두 가지 죄명이 함께 들어 있다. 두 죄가 어떻게 다르고, 피해자와 피고소인이 각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해 본다.
1. 강제추행과 업무상 위력 추행은 무엇이 다른가
가. 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한 경우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말하는 폭행은 때리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는다.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행위 자체가 폭행이자 추행이 되는 이른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에 포함된다.
나. 업무상 위력 추행, 지위를 이용한 경우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하 관계에서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이용한 추행을 따로 처벌하는 규정이다. 팀장과 팀원처럼 지휘·감독 관계가 분명한 조직에서 자주 적용된다.
다. 하나의 행위에 두 죄명이 함께 오르는 이유
같은 행위라도 수단을 폭행으로 보면 강제추행, 지위에서 나오는 압력으로 보면 업무상 위력 추행이 된다. 고소인이 두 죄명을 함께 적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최종적으로 어느 죄가 성립하는지는 수사와 재판에서 행위의 모습과 두 사람의 관계를 따져 정해진다.
2. 대법원이 바꾼 강제추행의 기준
가. 항거곤란 요건의 폐기
과거 대법원은 폭행·협박이 추행보다 앞서는 경우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고 보았다.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기준이 바뀌었다.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않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면 된다고 판단했다.
나. 위력과의 구별
같은 판결은 위력이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에 이르지 않는 유형력은 물론,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밝혔다. 직장 상사의 추행은 그 모습에 따라 강제추행으로도, 업무상 위력 추행으로도 평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3. 피해자라면
가. 직후의 항의와 기록이 가장 강한 증거다
이번 사건의 고소인은 곧바로 항의했다고 밝혔다. 직장 내 추행 사건에서는 사건 직후의 반응, 동료에게 털어놓은 말, 메신저 기록, 당일의 메모가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 시간과 장소, 상대의 말을 가능한 한 그대로 적어 두는 것이 좋다. 근무지에 CCTV가 있다면 보존 기간이 지나기 전에 보존을 요청해야 한다.
나. 분리 조치와 2차 피해 대응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과의 분리는 조직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질문이나 소문이 돌면 그 자체가 2차 피해가 된다. 이를 기록해 두면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에서 의미 있는 자료가 된다.
다.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를 함께 검토한다
형사 절차와 별도로 가해자 개인, 경우에 따라 사용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 사건의 결과를 지켜본 뒤 청구해도 늦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시효를 고려해 일정을 잡아야 한다.
4. 고소를 당했다면
가. 첫 진술 전에 사실관계부터 정리한다
신체 접촉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경위였는지에 대한 첫 진술은 이후 절차 내내 따라다닌다. 기억에 기대 즉흥적으로 답하기보다 당시 동선, 근무 일지, 현장 CCTV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조사에 나가는 것이 맞다.
나. 해명성 발언과 접촉은 오히려 불리해진다
상대에게 직접 연락해 해명하거나 사과를 강요하는 듯한 접촉은 증거인멸이나 2차 피해 시비로 번진다. 장난이었다, 친해서 그랬다는 말은 고의를 부정하는 해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행위를 인정하는 진술로 쓰일 수 있다.
다. 유죄가 되면 형벌 외의 결과도 따른다
성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같은 부수처분과 직장 내 징계가 함께 문제 된다. 공무원이라면 신분상 불이익이 특히 크므로 초기 대응에서부터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5. 맺으며
추행의 기준은 더 이상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지가 아니라 의사에 반한 유형력이 있었는지에 맞춰져 있다. 위계가 분명한 조직일수록 거절의 말은 작아지기 쉽다. 법이 업무상 위력 추행을 따로 두고 있는 이유를 조직 스스로 먼저 새겨야 할 때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8.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다른 칼럼
레슨실의 4년, 폭행 없는 사제 관계에서 성범죄는 어떻게 성립하나
미성년 제자 성착취 고소 사건으로 본 위계·위력 간음, 그루밍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공소시효 특례와 양쪽의 대응.
칼럼 읽기 →변호사 칼럼 · 2026. 10. 26.폭행이 없었는데 왜 강간인가, 종교 지도자 성범죄와 '심리적 항거불능'
JMS 총재 1심 징역 33년과 항소로 본 준강간죄의 심리적 항거불능, 대법원 판단의 변화, 피해자와 피의자가 알아야 할 대응.
칼럼 읽기 →변호사 칼럼 · 2026. 10. 23.'나랑 잘래요'와 '잘해요' 사이, 전화 한 통이 성범죄가 되는 조건
실습 여경 성희롱 논란으로 본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성립 요건과 대법원 판단 기준, 공공기관 성희롱과 징계, 피해자와 피의자의 대응.
칼럼 읽기 →글 신동우 대표변호사 · 2026. 10. 28.